Creation - 창조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5년 전, 군대에서 엄마의 면회를 기다리며 홀로 생활관에서 TV를 보면서 처음 듣게 된 단어이다.
TV에서 강연하시는 카이스트의 배상민 교수님이 미남이셔서 그런지, 적정기술이라는 컨셉의 매력에 빠져서였는지 그 날이 잊히질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술을 개발한다고? 이래 멋지게 살 수 있다고?"

전문계 고등학교(지금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며 공학을 전공하고 당연하게도 대학까지 공돌이로써의 임무에 충실하던 나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적정기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 친구들과 친환경 자동차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친구들과 밤새고 대회를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때의 경험 덕분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단 손으로 직접 해 볼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친환경 자작자동차 연구실 활동>

대학교 4학년. 말로만 적정기술을 말 할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 공모전'의 포스터. 아는 동생의 권유로 학교에서 관심있는 학생들을 모아 공모전을 준비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주제선정. 나는 그 사람들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웠다.
여러 회의 끝에 결정된 주제는 '장애인들이 본인들을 스스로 PR하고, 그것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상태에서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자료를 모으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까직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준비하면서 힘들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준비했던 어떠한 것들 중에 손가락 안에 꼽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적정기술을 처음으로 접해봤던 공모전>

공대를 다니는 분들이면, 아니 어쩌면 모든 대학의 졸업생들은 느낄 것이다. 졸업 예정자의 숨막히는 하루하루를... 옆에선 벌써 취업한 친구들, 자소서 쓰느라 밤 새는 친구들, 여기저기 기업정보를 알아보느라 다크써클이 땅을 치는 친구들까지. 그들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 밖으로 나가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기도하고, 이곳저곳으로 알아봤다. 교수님들께 상담신청도 하고 인터넷으로도 많은 정보를 알아보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적정기술'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진 보이지 않았다. 교수님들께서도 우선 대학원 진학하는 것을 많이 추천해주셨다. 하지만 공모전을 하면서 무엇을 깨달았는가.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우선 그들의 삶을 경험하고싶었다. 그러고나서 공부가 필요하다면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눈 앞에 뚜렷한 목표는 보이지 않았고, 그냥 하루하루 영어 회화만 공부하며 아마도 우리 학교에서 가장 여유로웠던 4학년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4학년 1학기.
적정기술 공모전의 지도교수를 해주셨던 한 교수님께서 소식을 전해주셨다. 탄자니아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에서 사람을 뽑는다더라. 그냥 '적정기술' 단어가 들어있는 센터라는 이유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지원 공고문부터 훑어보았다.
 - 지원조건: 학사 이상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바로 아래 적혀있는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나는 지금 4학년이고, 정말정말 가고싶다고. 내가 센터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졸업하면 안되겠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바보같은 요청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안된다는 메일이었다. 너무너무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지만 탄자니아 센터와의 인연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9월 20일 수요일. 정확히 내 생일. 내 인생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지금까지의 좋든 싫든 나의 인생을 좌우했던 하루.
공대 졸업의 꽃인 졸업작품!!
우리는 역시 2년간 연구한 친환경 자동차를 졸업작품으로 출품했고 운이 좋게도 학부에서 우수작으로 선정이 되었다. 우리 연구실 친구들은 취업준비하느라 바쁘고... 당일날 발표는 가장 한가했던(?) 내가 하게 되었다.
한창 쉬고있던 도중, 미국에서 오신 부부께서 우리의 작품을 보러 오셨단다. 나는 우리가 했던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 인상좋던 부부는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것인지 물어보았다. 어휴~ 그럼요. 설계부터 제작까지 다 했다고 자랑했다. 그 때, 남편분께서 나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주셨다.
 직함은 '탄자니아 적정과학기술 거점센터 센터장'
 '어...? 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벙쪄있던 내 옆에서 친구가 거들었다.
얘가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엄청 가고싶어한다고. (고맙다 민수야)

그렇게 드디어.... 취업(?)이.... 되었다.
졸업작품 경진대회 때의 놀라운 만남의 순간



'지극히 주관적인' 적정기술에 대하여(1)

<2016. 1. 18>

작가
배상민
출판
시공사
발매
2014.08.29

군대에 있을 때, 나의 목표를 가장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계시는 배상민 교수님의 책이다. 직접 도와주신 것은 아니지만 강연프로그램에서 뵙고 내 일생의 목표를 설정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나는 3D다' 는 전역하자마자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 읽어봤었다. 그리고 이번 '100권 제대로 읽기' 를 통해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었다.

p.30 나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당신이 누구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꿈을 모른다는 말은 자신을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직업이 아닌 나의 꿈. 앞으로 계속해서 바뀔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공부해서 남 주는 삶, 그리고 더불어 행복해 지는 삶을 사는 것이 내 꿈이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고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 이것은 누구도 알려주거나 대신할 수 없다. 자신을 알아야 꿈도 삶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라는 말을 통해 앞으로 나 자신을 얼마나 더 성찰해 나가야 할 지 다짐하게 되었다.

p.39 기꺼이 삽질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다해도 마음과 달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실력은 새 것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된다.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가 떠올랐다. 내 실력은 저 바닥에 있는데 그저 순수함으로만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차이를 줄이고자 노력은 했을까?라는 부끄러움과 함께 반성도 하게 되었다. 그저 '열심'이라는 이름을 만족하지 말자.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과 나의 실력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독후감] 나는 3D다 - 배상민

<2016. 2. 23>
작가
고가 후미타케,기시미 이치로 지음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4.11.17.

 정말 읽고 싶었던, 그리고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한달여에 걸쳐 다시 읽은 책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했고, 말도 안되는 아들러의 이론을 이해해가며 이상적인 인간관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요즘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힘들어함을 느끼고있다. 교회에서는 박충열 선생님과 다른 성도님들과의 관계 사이에서의 고민, 교회에서 나에게 바라는 역할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관계, 학교에서는 여러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등 많은 고민들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신경 쓰이는 게 한 둘이 아니다. 내가 벌려놓은 일, 내가 처리하는데 누구한테 화를 내겠느냐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좀 정리되길 바란다.

p.35 "혼동하지 말게. '원인론'과 '목적론'은 다르네. 자네는 모든 것을 원인론에 근거해서 말하고 있어. 원인론을 맹신하면서 사는 한, 우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네.
  -> 아들러 심리학 : 과거의 원인이 아닌, 현재의 목적을 본다. 원인론을 맹신하는 한,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트라우마를 부정하라는 뜻인데. 맞는 말이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없다고는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트라우마때문에 어떤 것을 못하는 틀 안에 갇혀야 한다면, 차라리 나는 트라우마를 부정하겠다. 과거의 일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그저 내가 상처받기 싫어 하지 않으려는 고집일 뿐이다.

p.49 "답이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하는 것이다. 남이 주는 답은 진통제와 같을 뿐이다. 아무런 가치가 없다."
 -> 남이 주는 답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가치가 없다. 왠지 더 답답하다. 내가 스스로 해결 할 수 없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으려 하는데, 그것이 가치가 없다니. 아냐. 왜이렇게 자존감이 떨어져있는거지? 뭐가 안된다고 생각하는걸까? 왜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일까? 이겨내자. 지금 상황을 이겨내자. 냉정하고 확실하게 판단해서 내 앞에 놓인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짐을 놓아버릴 때다.

p.53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다.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 이것 역시 나의 능력과 관련되어있다.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하지 말자. 모든 것은 내가 원해서 이대로 온 것이니까.

p.63 "내가 변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 생활양식을 바꾸려 할 때, 우리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행복해질 용기다. 생활양식을 바꾼다.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등의 생활태도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를 똑바로 세울 때다. 확실히 하자. 단호해져야한다. 

'두 번째 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챕터를 들어가면서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고 뒤로 미뤄서는 안 돼.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 상황, '이대로'에 멈춰 서 있는 것이라네."
 -> 사실 무서운 문구였다. '이대로'에 멈춰서있지마라. 어쩌면 이 말대로라면 인간관계를 끊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닐까싶다. 오해와 갈등이 있다면 그것을 풀기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지속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겁이 난다. 이럴 때, '용기'를 내야한다.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떻게 하길 원하는 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이 답답한 상황을 정면돌파해나가자.

p.100 "외부적인 것을 통해 나의 우월성을 보이려고 하는 것은 그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생겨난 우월 콤플렉스일 뿐이다. 자랑은 열등감의 발로다."
 -> 외부적인 것을 통해 나를 드러내려 하는 것이 콤플렉스때문이라.... 하지만 자신을 잘 가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지않나? 그에 미루어 보았을 때, 약간은 의구심이 가는 문장이었다. 이에 대한 것은 더 공부해보고, 경험을 해봐야할것같다.

p.126 '행동의 목표 : 1. 자립할 것   2.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
       '위의 행동을 뒷받침하는 심리적 목표 : 1. 내게는 능력이 있다는 의식을 가질 것.   2. 사람들은 내 친구라는 의식을 가질 것

p.187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 자유롭게 살 수 없지."
p.223 "관계가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은 타인을 위해 사는 부자유스러운 삶이야."
 아....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한 자유롭게 살 수 없다. 남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해도 내 마음가짐 자체가 과연 변할까? 더군다나 그 상대방이 나보다 상사라면, 더 눈치보이고 더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싶다. 그래, 한 번 도전해보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건, 그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할 일이다.

p.227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갖 '수직관계'를 반대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들자고 주장하네."

p.235 "이를테면 어떻게 해야 인간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아들러의 견해는 다음과 같지."인간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에만 용기를 얻는다.""
 ->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우선, 가치라는 것이 무엇일까? '쓸모' 내가 어딘가에 쓸모있을까? 내가 어딘가에 쓸모 있을 때, 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쓸모'가 없어질까 봐,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할까봐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살고,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점이 조금 아쉽다.


p.301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의 삶이란 찰나 안에서만 존재한다네.
 -> 이 부분도 약간은 충격이었다. 여태까지 미래를 계획하고, 나중에 무엇을 할 것이다. 무엇이 될 것이다. 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인생은, 나의 삶은 찰나 안에서 즉, '선'이 아니라 '점'이었다. 사실,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는 전혀 동기부여가 안 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제는. 인생은 '점'이다. 나의 지금 당장을 바라보자. 지금 당장 나는 후회없는 찰나를 살아가고있는가? 아니면 인생을 '선'으로 보고, 지금을 그 '선'에서 잠깐 벗어난, 대수롭지 않은 일로만 여기고 있는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책이었다. 특히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다. 이론상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었으면 재밌게 읽혔을 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나의 상황에 계속해서 비교해가며 읽었다. 이론상으로는 '와, 맞는 말이네.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적용을 시켜보려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행복해질 용기'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책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갖자. 10명 중에 2명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살 것이다.

[독후감] 미움받을 용기 -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2016. 1. 18>
작가
아담 스미스,러셀 로버츠 지음
출판
세계사
발매
2015.10.27.

애덤 스미스의 저서라고 하니, 어려움부터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뭔가 깨달을 수 있을까? 어떤 배경지식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긴했었다. 하지만 신기하리만큼 쉽게 풀어냈고, 공감가는 부분은 물론,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우선, 체스판의 말들을 함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것들에는 규칙이 있고, 저마다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어떠한 그룹에 들어가서 내가 이루고자하는 것들을 앞뒤 재지 않고 바꾸려 한다면, 그것은 한낱 몽상가에 불과하지 않을까. 지금 학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야기되었다. 과연, 학회비를 집행부에 사용해야하는 금액이 어느정도가 허용되는 것인가? 여태까지 사용해왔던 데로 하는 것이 옳을 지, 아니면 그것을 줄이고 학생들을 위한 쪽으로 돌리는 것이 좋은지.

분명 변화는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방식을 고수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결정은 여태 해 왔던대로 집행하자. 그렇지 않다면, 같이 집행부를 하기로 했던 친구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더러, 예민한 돈문제에 있어서 몇 가지의 문제가 더 생긴다면, 그것은 학부생들을 위한 사업을 하는데에도 피해가 갈 수 있기때문이다. 글쎄, 이 생각이 나중에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결정이었는 지, 변명이었는 지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 안의 양심. 즉, '공정한 관찰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던지 공정한 관찰자가 나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고 말해주기 때문에 나는 조금이라도 양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재미있었다. 양심이라는 추상적인 매체를 '공정한 관찰자'라는 가시적인 매체를 통해 내가 조금 더 이타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 역시 항상 '공정한 관찰자'가 보는 앞에서 부끄럼없이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사실 하나님이 지켜보고있다는 것과 동일했다. 아니, 어쩌면 하나님이 공정한 관찰자가 아닐까? 어디서든 나를 항상 지켜보시기 때문에 아무도 안 보더라도 조금은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은 공정한 관찰자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오늘 세종시 집에서 나오면서 많이 놀랐다. 처음 세종시에 올 때, 사람, 차, 쓰레기가 없어 놀랍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같은 묶음일까? 사람이 늘자 당연히 차가 늘었다. 이 정도는 인정 할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늘었다. 차도 옆 풀밭은 당연하다는듯이 쓰레기가 넘쳐났다. 마치 그곳에 버리는 것이 규칙인 것 마냥. 

만약, 내가 이것들을 모두 치운다면, 세상이 변할까? 그렇다면 나는 이 쓰레기들을 못 본 체 지나가야하나? 아니면 이것만이라도 치워야하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냥 지나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치우라고 한다. 물론, 내가 그 쓰레기들을 치운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버리던 사람들이 그 쓰레기를 자기 주머니에 넣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쓰레기들을 치우면, 적어도 그 곳의 쓰레기는 치울 수 있다. 그것마저 치우지 않는다면 너무나도 많은 쓰레기들이 넘쳐나지않을까? '나부터 하자' 남이 해서 나도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시작하자.




사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칭찬을 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행여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면 안되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하니 너무 힘들고, 비참한 일이 많았다. 나 자신을 속이는 일도 있었다. 사실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다음 책을 읽으면서 이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어쩌면, 1년, 2년 혹은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훗날 인간관계를 생각했을 때, '그 때 그 친구랑 조금 더 친하게 지낼 걸.' 이라는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독후감]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아담 스미스, 러셀 로버츠

<2015. 7. 23>

작가
이승욱
출판
쌤앤파커스
발매
2013.09.10


p.78 자기 존재가 확인되지 못할 때 인간은 흔히 불안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들처럼 타인을 볼모로 계속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 듭니다.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울수록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엄두를 못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그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서, 불안이 자기 주변을 배회하는 만으로도 겁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입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불안할 때는 내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내 가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인것같다. 그리고 내 존재가치를 타인에게서 찾을 때가 정말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내 가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다. 다른 사람에게서 존재가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해야할 것은 내가 보는 나의 가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p.81 누구나 다 아는 비밀 한 가지를 알려드릴까요. 슬픈 얘기입니다만, 타인은 내가 요구하는 것을 결코 쉽게 주지 않습니다. 그래야 요구하는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통제란 달라고 하는 바로 그것을 주지 않을 때 손쉽게 가능한 일입니다. 그 사람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포기해 보세요. 그제야 그 사람은 당신이 원했던 것을 주려 할겁니다.
 누구나 다 아는 비밀. 머릿속으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당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포기할 때,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의 구속에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물론, 내가 사는 이 사회에서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고 살아 갈 수는 없다. 타인 또한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는 그 것을 포기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포기해야할까? 포기한다면 정말 그것을 얻을 수 있을까? 포기한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92 이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에요, 주변을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잊혀지거나 아무것도 아닌,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이들의 가장 깊은 두려움입니다.
 위에서 말한 자기 존재의 가치를 타인에게서 찾는 사람들인것같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은 타인에게서 나의 가치를 찾아내고싶어하는 입장이다. 아직 내가 보는 나의 가치만을 보고 만족해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것같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야함은 틀림없다.

p.127 그는 '협력'이야말로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가운데 하나라고 했습니다.
 역시,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서로의 영향이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타인이지만, 협력해야하는 것 역시 타인이다. 타인을 통해 상처를 받고, 타인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한다. 이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이러니한 부분이면서,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p.222 'the moment of truth'라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진실의 순간'이죠. 하지만 올바른 뜻은 '위기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깊은 지혜가 녹아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엄청난 '진실의 순간'이었습니까?
 '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만큼 위기가 다가오면 그로 인해 또다른 기회가 함께 온다는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런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 당시는 그저 힘들어하고, 불평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위기가 기회였는 지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위기는 나에게 또다른 기회였고, 발전이었다. 친구와의 관계, 군대에서의 훈련 등 모두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해주었다.

p.224 셰익스피어는 우리는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라고 말했다지요. 우리는 각자 주어진 역할을 열연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제라도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있게 만든 시나리오를 안다면 자신의 역할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은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는 지금 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배우라는 사실. 조금 더 내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 내 역할을 조금 더 멋지게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225 돌봄과 희생의 태도를 남에게만 쓰지 마십시오. 자신을 위해서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캉은 사랑을 일컬어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있는 것만을 주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 아닌가요.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게 사랑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대상은 타인만이 아니라, 우선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위선을 떨었나 싶은 문장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소중함을 느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돌보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조금 더 존귀한 사람이 되고, 내가 좀 더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이라도. 물론, 나에게 아무런 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주는 보상들이, 나에게 하는 헌신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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